꽃단추[손택수] 꽃단추[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 시와 감상 2009.03.01
냉이꽃[안도현] 냉이꽃[안도현]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꽃이 피었다 무엇 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꽃이 피었다 쓸데없이 많이 냉이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낫고 나서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 냉이꽃이 .. 시와 감상 2009.02.26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여태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여태천] 당신과 함께 하는 저녁 자장면 그릇에 침이 고인다. 흘러서 그것은 추잡하고 흘러서 그것은 외롭다. 면발처럼 긴 저녁을 참고 또 참으면 머릿속의 침은 마를 것인가?. 당신 앞에서 언제쯤 신문에 오르내리는 말들을 주워섬기며 잘 이어 붙일 수 있을 것인가. 나무.. 시와 감상 2009.02.21
안흥찐빵[이영식] 안흥찐빵[이영식] 눈발 휘날리는 날 42번 국도변 소읍에 닿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빵 익는 냄새 한 마을이 온통 빵으로 부풀다니! 우리는 팥알처럼 오종종 모여 희고 둥근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덥석 배를 갈라주는, 씹을수록 허기지는 그리움 세월 저쪽 어디쯤 묻혀 있었던 발자국들이 떠.. 시와 감상 2009.02.20
수작酬酌 걸고 싶다 [윤관영] 수작酬酌 걸고 싶다 [윤관영] 학원 논술 수업 끝나면 야간 수업에 지쳐서 카페 나무 물고기에 가게 된다 혼자 오래 있다 보면 다기주전자에 심어 있는 양란에 술 한 잔 주고 싶다 마시던 술 붓고 싶다 난蘭은 첫사랑 그 애처럼 놀라겠지 그러다, 흙과 양분에 걸러진 술맛에 취해 내심, 날 기다릴지도 모.. 시와 감상 2009.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