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탄 비구니[정호승] 지하철을 탄 비구니[정호승] 그대 지하철역마다 절 한 채 지으신다 눈물 한 방울에 절 하나 떨구신다 한손엔 바랑 또 한손엔 휴대폰을 꼭 쥐고 자정 가까운 시각 수서행 지하철을 타고 가는 그대 옆에 앉아 나는 그대가 지어놓은 절을 자꾸 허문다 한 채를 지으면 열 채를 허물고 .. 시와 감상 2007.09.14
오늘의 노래-故 이균영 선생께[이희중] 오늘의 노래ㅡ故 이균영 선생께 [이희중]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 시와 감상 2007.09.12
기쁜 소리사[정금자] 기쁜 소리사[정금자] 나 어렸을 때 아버지는 기쁜 소리사를 하셨다 점방 문이 열리면 스피커에서 들려지는 음악소리가 조용한 마을을 메었고 장터에 사는 점분이가 아랫마을 총각이랑 연애를 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작년에 고향에 가보니 점분이와 그 아제도 중늙은이가 되었.. 시와 감상 2007.09.07
한 잎의 시(詩)[김은숙] 한 잎의 시(詩)[김은숙] 여린 잎 실핏줄 더듬으며 한 줄 詩를 새기는 시간 이파리 하나에 한 행의 마음 머무는 한 잎의 詩 한 잎의 눈빛과 한 잎의 욕망 한 잎의 영혼과 한 잎의 그리움 깊게 새기지도 못한 한 잎 기억과 침묵의 내력 뜨거운 이름이며 더 서늘한 눈물이 손끝 푸른 물.. 시와 감상 2007.09.06
껍질[정진규] 껍질[정진규] 어머니로부터 빠듯이 세상에 밀려 나온 나는 또 한번 나를 내 몸으로 세상 밖 저쪽으로 그렇게 밀어내고 싶 다 그렇게 나가서 저 언덕을 아득히 걸어가는 키 큰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 어머니가 그러셨듯 손 속에서 손 을, 팔다리 속에서 팔다리를, 몸통 속에서 몸통.. 시와 감상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