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미래 [여세실] 분갈이를 할 때는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였다 올리브나무가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잡아두는 것에는 재능이 없고 외우던 단어를 자꾸만 잊어버렸다 잎이 붉게 타들어간 올리브나무는 방을 정화하는 중이라고 했다 흙에 손가락을 넣어보면 여전히 축축한, 죽어가면서도 사람을 살리고 있는 나무를 나는 이제라고 불러본다흙을 털어낸다 뿌리가 썩지 않았다면 다시 자랄 수 있을 거라고 이제야 햇볕이 든다 생생해지며 미래가 되어가는 우리는 타고나길 농담과 습기를 싫어하고 그 사실을 잊어보려 하지만 이미 건넜다 온 적 있지 뿌리를 넘어 줄기를 휘감아 아주날아본 적 양지를 찾아다녔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의 모종 하나를 화분에 옮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