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김경미] 아무리 말을 뒤채도 소용없는 일이삶에는 많은 것이겠지요늦도록 잘 어울리다가 그만 쓸쓸해져혼자 도망나옵니다돌아와 꽃병의 물이 줄어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꽃이 살았으니 당연한데도요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멈춥니다그냥, 왠지 불교적이 되어갑니다삶의 보복이 두려워지는 나이일까요소리 없는 물만 먹는 꽃처럼그것도 안 먹는 벽 위의 박수근처럼아득히 가난해지길 기다려봅니다사는게 다 힘든 거야그런 충고의 낡은 나무계단 같은 삐걱거림아닙니다내게만, 내게만입니다그리하여 진실된 삶이며 사랑도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아주 이기적으로 좀 밝아지는 것이지요 -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창비, 1995 * 꽃병의 물은 소리없이 물을 먹습니다.이기적인 것은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