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황유원]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그 풀이 뚝, 뚝끊기는 소리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왼손으로만 피아노를 치던 피아니스트의 굽은 오른 손은불어오는 바람에 서서히 펴져 나무처럼 자라오른다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이제는 한가한 게 어떤 건지도 잘모르게 된 나는저 양들을 보며 비로소 무언갈 깨달아간다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연주는 얼마나 놀라운가풀 한포기 없는 방을 풀밭으로 만들어 놓고천장을 본 적 없는 하늘빛으로 물들이는 이 연주는,머릿속을 점령한 채 계속 날뛰는 무가치한 생각들을스르르 잠들게 하는 이 연주는! 음악은 연주와 더불어 잠이 들고양들도 이젠 다들 풀밭에 무릎 꿇은 채 그만잠이 들어풀 뜯는 그 모습 더는 보여주지 않지만나는 이제 한동안 음악 없이도 양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