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정희성] 이목을 흔적[정희성]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어머니가 벗어놓은 그림자만 남아 있다 저승으로 거처를 옮기신 지 2년인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이 보낸 체납주민세 납부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 계신가 싶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 의료보험공단에서 어머니 이름으로 이천백.. 시와 감상 2008.10.02
달팽이[정호승] 남현주 달팽이[정호승]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 새 풀잎에 젖어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이슬.. 시와 감상 2008.09.28
아버지의 선물[허혜정] 이의재 아버지의 선물[허혜정] 그는 신간서적 하나를 건네주기 위해 낡은 소나타를 끌고 120킬로를 달려왔다 나는 기절할 뻔했다 하기야 오늘뿐인가 사람들 속에서도 나만 보고 걷는 아버지 곁에 나는 아이만 지켜보며 걷는다 떨어진 아이의 장갑을 주워주는 이 겸손한 남자의 사랑 그가 건네준 책은 .. 시와 감상 2008.09.24
꽃[오봉옥] 장용림 꽃[오봉옥] 아프다, 나는 쉬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한때는 자랑이었다. 풀섶에서 만난 봉오리들을 불러모아 피어봐, 한번 피어봐 하고 아무런 죄도 없이, 상처도 없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제 내가 부른 꽃들 모두 졌다 아프다, 다시는 쉬이 꽃이 되지 않으련다 꽁꽁 얼어붙은 내 몸.. 시와 감상 2008.09.21
사라진 것들의 목록 [천양희] 정재호 사라진 것들의 목록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시와 감상 200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