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를 위한 기도 목장일기[김혜원] 안락사를 위한 기도 목장일기[김혜원] 일주일째 수수밭 그늘에 누운 성은*이 차마 눈을 못감는다 저 아이의 눈을 '누가 좀 감겨 줬으면, 제발 그리 해 줬으면' "............" 푸- 후- 대신 응답하듯 내려놓은 목숨 줄로 설렁줄 흔들 듯 나를 부른다 눈물 찍는 내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송아지 울음에 가다 .. 시와 감상 2008.11.22
모과[김중식] 모과[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 시와 감상 2008.11.20
저린 사랑[정끝별] 저린 사랑[정끝별] 당신 오른팔을 베고 자는 내내 내 몸을 지탱하려는 내 왼팔이 저리다 딸 머리를 오른팔에 누이고 자는 내내 딸 몸을 받아내는 내 오른팔이 저리다 제 몸을 지탱하려는 딸의 왼팔도 저렸을까 몸 위에 몸을 내리고 내린 몸을 몸으로 지탱하며 팔베개 돌이 되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당.. 시와 감상 2008.11.15
그냥 준다[나태주] 오순환 그냥 준다[나태주] 모처럼 맘에 드는 시 한 편 써지면 안방에 있는 아내 불러 만 원씩 원고료로 준다 지갑에 만 원밖에 없을 때도 그 만 원 빼서 준다 서울서 출판사나 잡지사 젊은 여기자나 편집자 찾아왔다가 돌아갈 때도 만 원씩 새 돈으로 골라서 준다 가다가 배고프거든 국수 사먹고 집에 .. 시와 감상 2008.11.15
비 개인 오후[김혜원] 비 개인 오후[김혜원] 비 잠깐 그친 사이 어느 햇살로 피웠는지 넝쿨마다 한창인 뒤란 호박꽃 깊숙이 든 나비 한마리 순식간에 비 다시 쏟아지고 모로 누워 잠든 나비, 양철 지붕이 왁살스레 흔들어도 기척이 없다 한 뼘 땅을 파고 묻은 화관花棺에 호박잎 몇 닢 따 덮은 비 개인 오후, 무엇에 찔렸는지 .. 시와 감상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