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정희성]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정희성]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 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를 긁으며 .. 시와 감상 2008.10.16
10월[문인수] 10월[문인수]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그 중에도 시월이 가장 가을스럽다. 아직은 은행잎이 황금색이 아니지만 단풍잎은 새빨갛다. 올해는 큰 비가 없어서인지 풍과이어서 농가에도 풍성함이 엿보인다. 사무실.. 시와 감상 2008.10.15
물고기 시계[김혜원] 물고기 시계[김혜원] 청태 낀 바위에 미끄러져 금이 간 낡은 시계 큰물에 놓아주고 어망에 걸린 기울어진 달의 남은 조각과 희미한 별 몇 개 거두어 돌아가는 낚시꾼의 손목에 흔들리는 금빛 지느러미, 멈춘 시계바늘을 돌린다 * 시인 김혜원선생님이 8년만에 시집을 내셨다. 한권만 보내주셔도 되는데.. 시와 감상 2008.10.11
쓸쓸하고 한가로운 풍경[손수진] 쓸쓸하고 한가로운 풍경[손수진] 국도 1호선 가드레인 안쪽에 주인없는 신발 한 짝 연보라색 오랑캐꽃과 놀고 있다 속도는 끝이 없는 법 낡아간다는 의식조차 없이 끌려다니다가 속도에서 비껴선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진 신발 한 짝 봄 햇살 아래 한가롭게 삭아지고 있다 * 연예인으로서 명성도 높.. 시와 감상 2008.10.06
해바라기[황동규] 이현섭 해바라기[황동규] 둘이 앉아 있었네 해 설핏한 가을날 벤치. 남몰래 중년을 훌쩍 넘겨버린 두 사람, 그들의 무릎 위에 볕 한 조각씩 환했네. 머리 위 노란 은행잎들 각기 제 곡선 그으며 떨어지고 한 곡선은 그들의 발치에 닿았네. 발밑에선 파리한 풀잎 몇 모양보다는 눈짓으로 흔들리고 있었네.. 시와 감상 2008.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