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정끝별] 세상의 등뼈[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 시와 감상 2008.12.02
미시령 노을[이성선] 미시령 노을[이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 마지막 남은 하루가 나뭇잎 하나 툭,하고 내려앉듯 조용히 지나간다. 나의 블로그에 누군가 십만번을 클릭했다는 기별도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가고 편안한 마음으로 .. 시와 감상 2008.11.30
거미와 이슬 [오봉옥] 거미와 이슬 [오봉옥] 거미의 적은 이슬이다 끈끈이 점액질로 이루어진 집은 이슬의 발바닥이 닿는 순간 스르륵 녹기 시작한다 눅눅해진 거미줄로는 그 무엇도 붙들 수 없어 허공을 베어 먹어야만 한다 거미는 숙명적으로 곡마단의 곡예사가 된다 가느다란 줄에 떼지어 매달리는 이슬을 .. 시와 감상 2008.11.27
바닥[문태준] 바닥[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 시와 감상 2008.11.24
전신마취[김희업] 전신마취[김희업] 흰옷 입은 사내가 달콤한 잠옷을 내게 건네주었어 그걸 채 입기도 전에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어 무아의 경지였어 그렇다고 꿈을 꾸는 건 절대 아니야 어떠한 꿈도 내게는 사치에 불과해 사실은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꿈불감증을 앓고 있어 빠르게 도망가는 잠을 놓치지 않겠어 잠 등.. 시와 감상 2008.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