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를 듣다[서숙희] 물소리를 듣다 / 서숙희 때론 보이지 않을 때 열려오는 귀가 있다 달없는 밤 냇가에 앉아 듣는 물소리는 세상의 옹이며 모서리들을 둥근 율律로 풀어 낸다 물과 돌이 빚어내는 저 무구함의 세계는 제 길 막는 돌에게 제 살 깎는 물에게 서로가 길 열어주려 몸 낮추는 소리다 누군가.. 시와 감상 2007.04.05
낙화[이형기] 낙화[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 시와 감상 2007.04.01
긍적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 시와 감상 2007.03.31
발에 대하여[신규호] 발에 대하여[신규호] 갑자기 발병이 났다 무심했던 탓에 발톱이 병들고 있는 줄 몰랐다 일 년 열 두 달 매일같이 80킬로그램의 몸을 지탱하며 짓눌리며, 온갖 궂은 데를 짓밟고 다니는 발의 고단함을 모르고 지냈다 잘 씻어 주지도 않고 주물러 주지도 않은 채 혹독하게 부려먹기만.. 시와 감상 2007.03.28
슬픈 힘[권경인] 슬픈 힘[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 시와 감상 2007.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