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날은[이해인] 살아있는 날은[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 시와 감상 2007.03.10
봄밤에[장석남] 봄밤에[장석남] 개가 짖는다 처음엔 두부장수를 짖고 오토바이를 짖고 이어서 발소리들도 짖는다 밤새 개가 짖는다 들이닥친 봄밤이 낯선 모양이다 앵두꽃과 쑥스러운 상주처럼 비켜서서 피어 있는 목련을 짖고 또 늦게 피는 복사꽃을 짖는 게로구나 개가 짖는다 개가 짖을 때 개가 봄밤을 짖을 때 나.. 시와 감상 2007.03.06
사랑은[이인원] 사랑은 [이인원] 눈독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 詩를 사랑하는 이여, 詩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랬나 수많은 솜털이 당신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차마 만질 수 없는 안타까움에 흙 속에 숨어드니 눈독들이지 마라. 가장 아름다운.. 시와 감상 2007.03.05
로데오[이수익] 로데오[이수익] 말은 그 잔등의 기수를 땅바닥에 팽개치도록 길들여져 있고 기수는 미친듯이 날뛰는 저 말의 행패를 이겨내도록 단련되어 있어 천방지축 말은 뛰고, 그 뛰는 리듬을 기수가 다스리고 있는 로데오 경기장은 팽팽한 긴장을 곡예하는 군중들이 솓아내는 열광 도가니. 함성이 터지.. 시와 감상 2007.03.03
사평역에서[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 시와 감상 200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