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에서[최춘희] 미사리에서 [최춘희] 비오는 날 미사리에 갔었지 거기에 너는 보이지 않고 강에는 돌자갈과 황토흙만 쌓여 긴 뱀처럼 띠를 두른 안개에 젖고 있었어, 밤새 꿈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소실점 향해 달려가던 너를 뒤쫓아 온 세상 미친듯이 헤매다녔지 네모난 어둠에 갇혀 떨고 있는 내 의.. 시와 감상 2007.01.09
겨울 강가의 사시나무[정지웅] 겨울 강가의 사시나무 [정지웅] 그래 아직은 행복하구나 네 그루터기에 부모 없는 잡풀 몇 키우고 있구나 호주머니에 숨어있는 한 가계의 벌레들 잎사귀에 재우고 나뭇가지에 앉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모두들 잘 보살펴 주었구나 작년부터 꽃 피우지 못하여 영양제 꽂고 긴 겨울을 나.. 시와 감상 2007.01.04
바람편지[천양희] 바람편지[천양희]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데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 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 시와 감상 2006.12.30
송년[김규동] 송년 [김규동]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에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보는 노래.. 시와 감상 2006.12.29
내 시체를 내가 본다?[박용재] 내 시체를 내가 본다? [박용재] 어느날 문득 일어나 없어진 나를 발견하고는 두리번거린다. 어느날 길거릴 걷다가 사라진 나를 알아내고는 어리둥절한다. 어느날 일을 하다가 붕괴된 나를 바라보곤 어처구니 없어 한다. 어느날 술을 마시다가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목 속으로 들어.. 시와 감상 2006.12.25